100대- 200대 명산 산행은 희열이다
(100 설악산) 설악 단풍보러 갔다가 첫 눈까지 경험합니다
자유인(남상)
2024. 10. 21. 00:17
-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탑2의 명성을 가진 설악산을 다시 다녀 옵니다.
- 2024년 10월 20일(일) 등사대모 산악회. 한계령-한계령 삼거리-끝청봉-대청봉-남설악(오색) 탐방센터. 산행 거리 13.2km. 산행 시간 5시간 48분 소요.
전날 한토 산행과 정기 총회를 마치고, 일요일 새벽 등사대모 산악회의 10월 정기 산행에 참석한다. 2주전 다녀갔던 설악산 산행이다. 이동 시간을 감안해 남청주 만남의 광장에서 새벽 4시 출발이다.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들지 못한채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설악산은 언제나 좋지만, 거리가 멀어 항상 피곤하다.
이번 산행 코스는 두어번 다녀갔던 코스이지만, 올해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서 신청한 곳이다. 하지만, 어제 저녁 이곳의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다. 기온이 급강하해 비가 눈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준비를 하는데 기온이 엄청 차갑다. 엊그제까지 무더위가 극성이었는데, 한주일 사이에 계절이 바뀐것 같다. 옷깃을 여미고 산행준비를 한다.
한계령 삼거리까지 2.4km 구간을 쉼없이 올라간다. 두둑한 외투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크게 곤란한 일을 겪을뻔 했다. 다행히 오르막 구간을 올라가면서 몸에 열이나기 시작하여 그나마 추위를 대신할 수 있다. 핸드폰 기온은 영상 6도를 가리킨다. 꽤나 추운 날씨와 바람이 불어 체감 기온은 훨씬 낮게 느껴진다.
그래도, 한계령 삼거리에서 잠시 인증 시간을 갖고, 주변 설악의 능선들을 살펴본다. 역시 설악의 능선은 멋지다. 오르막 산행으로 추위는 이제 한발 물러선다. 오르막 구간을 한시간 넘게 이동하면, 몸의 모든 기관들이 반응한다. 이제는 추위보다는 풍경에 반응한다.
어제의 적당한 산행에 몸이 풀려서 인지,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다. 초반 워낙 추운 날씨에 몸이 반응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도 없다. 바로 산행을 재개한다. 산행 기억에는 끝청봉까지 제법 힘든 기억이 있지만, 오늘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도, 몸 상태가 좋아 단행이라 생각하며, 산행을 이어간다.
간간히 설악의 능선들을 사진에 담아가면서 쉼없이 이동한다.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진다는 느낌이다. 이런 경험도 오랜만이다. 혼자 쌀쌀한 날씨 탓에 몸이 긴장을 해서, 오히려 상쾌한 것인지? 어제의 간단한 산행에 몸이 익숙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째튼 아주 기분좋은 상태로 산행이 이어진다.
끝청봉까지 두어번 잠시 쉬는 타이밍을 가지고, 사진찍는 시간을 제외하면 쉬지않고, 산행을 이어 갔다. 그런데 몸 상태가 아주 좋다. 끝청봉 가까이에 도착하니 상고대에서 눈 산행이 펼쳐진다. 어젯밤 비가 눈으로 바뀐 것이다. 가을 설악의 단풍을 구경하기 위한 산행이, 뜻하지 않게 2024년 첫 눈산행의 행운을 맛보게 되었다.
점점 눈꽃이 선명해 진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행복한 산행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새삼 신기한 광경이다. 10월의 눈산행 행운이 오늘 나에게 펼쳐질 줄이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끝청봉에서 간단하게 쵸코바로 허기를 달래고, 바로 산행을 이어간다.
10월 중순의 설악산 끝청봉 주변의 눈쌓인 전경들이다. 설레는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겹쳐진다.
중청봉을 거쳐 대청봉 정상에 올라선다. 중청봉 휴게소는 한창 공사중이고, 휴게소 컨테이너에서 잠시 몸을 녹이며, 쵸코바로 간단하게 2번째 허기를 달래본다. 대청봉 정상에는 이런 날씨에도 제법 긴 줄이 서있다. 옆으로 돌아 간단하게 인증을 하고, 바로 남설악(오색)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아 본다.
오늘 설악산 산행이 의외로 수월하게 이어진다. 하산길도 빠르게 진행해 본다. 남설악 방향으로 30분 정도 내려서니 어느새 겨울에서 가을로 다시 계절이 바뀌어 간다. 오늘은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다.
설악폭포 상단 쉼터까지 바로 진행한다. 이곳은 완전한 가을이다. 설악폭포와 계곡의 수량이 아주 많다. 어제의 눈과 비가 이런 풍부한 수량을 만들었나 보다. 물소리가 아주 우렁차다.
그리고는, 오늘 본래의 가을 단풍이 간간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추위와 올 여름의 무더위에 설악의 멋진 단풍은 보기 어렵다. 간간히 보이는 단풍들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래도 사진에 하나둘 모습을 담아본다.
폭포 아랫쪽 적당한 곳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한다. 준비한 빵과 음료수로 식사를 대신한다.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과 무릎을 달래준다. 너무나 많은 하루동안의 날씨의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짧은 봄과 가을이 대세가 되는 현실이 두렵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4계절에서 2계절로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음습한다.
남설악(오색) 탐방로 방향의 급격한 하강길은 도가니(무릎)를 잘 보호해야 한다. 스틱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면서도 가파른 이곳 산행 코스에는 혀를 내둘런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무리하지 않지만,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하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거쳐, 오색탐방로까지 5시간 30분에 마무리 한다.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등사대모 회원들과의 만나는 시간이 2시간의 여유가 있다. 국공 직원에게 물어 오색그린야드 호텔 온천탕에서 냉찜질과 온천 목욕을 충분히 즐긴다. 아주 행복하고 기분좋은 시간이다. 가끔은 이런 여유가 있어 즐겁다.
뒷풀이 식사는 이곳 약수골 식당에서 등사대모 회원들과 함께한다. 한달에 한번하는 산행이지만, 이 산악회 회원들의 유대감은 아주 좋다. 아직은 익숙치 않지만, 좋은 인연으로 만들고 싶다.
가을 설악의 단풍 산행을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첫 눈산행의 기쁨을 맛보았고, 기분좋은 컨디션으로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 하고, 온천욕과 뒷풀이까지 완벽한 하루였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귀가였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설악산의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