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200대 명산 산행은 희열이다

(649차. 남덕유산) 우연한 혼산으로 생각을 정리하다

자유인(남상) 2025. 2. 23. 10:39

- 개인산행 649차 남덕유산을 다녀 왔습니다. 한토산행 949차 입니다.

- 2025년 2월 22일(토) 한토.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월성재-황점마을 주차장 코스. 산행거리 1.2km. 산행시간 6시간 소요.

이번주 토요 산행은 무주 덕유산 이었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입산 통제가 되었다는 소식에 수요일에 산대장들이 카톡을 통해 의논하여, 남덕유산으로 장소를 변경 하였습니다. 산대장들과 임원진들의 고심이 많아집니다. 산악회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의 어려움은 겨울철이 피크 입니다. 작은 부분일수도 있지만, 본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 입니다.

버스에서 산행지 변경에 관한 사정들을 설명하고, 남덕유산의 눈산행을 기대 합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한토와 덕유산의조우가 어렵습니다. 육십령에 도착해 단체 사진을 찍는데,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회원님들이 긴장하여 급하게 산행 일정들을 변경 합니다. 많은 분들이 당초 계획했던 A코스를 포기하고,다소 여유있는 B코스로 변경 합니다. 육십령의 찬 겨울 바람이 회원들을 움추려들게 합니다.

단단히 채비를 하고, 할미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여 아이젠을 착용하고, 이동 합니다. 강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할미봉의 오르막길은 험난 합니다. 조심스럽게 눈길을 지치고 힘을 내 봅니다. 

할미봉 정상에서 바라본 남덕유산의 웅장함은 대단 합니다. 뒤돌아보는 백두대간길의 모습도 아련 합니다. 할미봉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았지만,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는 느낌은 언제나 신선 합니다. 선두팀 3분은 먼저 출발하고, 뒤이어 서봉으로 이동 합니다.

눈길을 저벅저벅 걷고 있는데, 불현듯 혼자서 걷고 있다는 느낌이 몰려 옵니다. 혼산..오랜만에 혼산 입니다. 머리속에서 수만가지 생각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퇴직후의 일상 생활들과 노후에 준비해야 하는 경제 생활. 월 인컴 운영 방안, 가족들, 전원 생활, 새로운 직업, 다음주 950차 기념산행 준비, 친구들과 지인들과의 관계... 많은 생각들이 이어 집니다.

그런 와중에 문득 적당함에 대한 생각이 길게 이어 집니다. 나름대로 적당함의 정의를 혼자 정리해 봅니다.

서봉까지 가는 길이 매우 힘듭니다. 이렇게 먼 거리였나? 하는 생각이 자주 떠 오릅니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헤쳐 지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혼자 걷는 산행에 자유로움이 있어 좋지만, 갑작스럽게 허기가 몰려 옵니다. 서봉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아침에 옆지기가 준비해 준 김치복음밥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꿀맛 입니다. 배고픔은 모든것에 우선 합니다.

잠시 편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 봅니다. 혼산과 점심 그리고..편안함으로 잠시 휴식을 취해 봅니다. 커피한잔 하고, 주변을 둘러 봅니다. 이런 우연한 혼산과 조용함이 편안함으로 다가 옵니다. 겨울산의 아름다움과 눈쌓인 푸근함이 좋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잠시후 비슬대장님이 저를 지나쳐 갑니다. 정신차리고 서봉으로 올라 섭니다.

서봉에서 바라보는 풍광들도 너무나 멋집니다. 이제 남덕유산 정상이 코앞 입니다. 정상 입구에서 한토B팀 일행들을 만납니다. 인사하고, 정상으로 올라 섭니다. 선두팀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합류하여 거듭니다. 남덕유산 정상에서는 많은 산우님들이 마지막 겨울 설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모습 입니다.

하산길에 나서 봅니다. 월성재까지는 무난하지만, 이후부터는 엄청난 경사의 급강하 구간이라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 갑니다. 눈쌓인 길을 내려간다는 것은 곧 엉덩방아를 무수히 찍는 것입니다. 눈이 쌓인 하산길에 길을 내고, 먼저 간 산우님들의 발자국을 따라 갑니다. 만약 눈길을 잘못 내게되면 뒷사람들이 힘들게 따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첫번째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이 아주 중요 합니다. 이번 남덕유산 하산길에서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계곡길을 따라 내려갔지만, 잘못난 길 덕분에 한참을 돌아가야 했고, 어려운 눈길을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사고없이 무사히 하산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 입니다. 약속된 시간보다 한시간이 뒤쳐졌지만, 회원들 모두 무사히 하산을 완료 하였습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버스로 50분을 이동해 뒷풀이 식당으로 이동 합니다. 무주한방 오리탕 입니다. 지친 후의 식사는 맛이 두배로 좋았습니다.

장태산 총무님의 식당 선정은 퍼펙트 합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실망시킨 일이 없을 정도 입니다. 그의 수고로움과 노고에 감사를 전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얻은 혼산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는 산행 이었습니다. 춥고 힘들고 어려운 눈산행 이었지만, 보람찬 시간 이었습니다. 하산길의 미끄러운 눈길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남덕유산 후기) 우연한 혼산으로 생각을 키워 봅니다

ㅇ 한토와 덕유산의 인연이 올해 겨울은 유난히 어렵네요. 결국 이번주도 남덕유산으로 발걸음이 바뀌었네요.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괜찮습니다. 저는 덕유산을 올 겨울 2번 다녀왔거든요(부럽죠 ^^)
 
ㅇ 버스에서 산행 코스를 설명하고, 복장을 점검하고, 육십령고개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순간 !! 엄청난 강추위에
회원님들의 계획이 급(?) 변경 됩니다. 많은 분들이 B코스를 선택 합니다.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ㅇ 덕분에 평소 빡쎈 산행을 즐기시는 분들만 육십령에서 할미봉으로 백두대간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찬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단단하게 각오를 다져 봅니다.
 
ㅇ 무념무상으로 거친 오르막 눈길을 이어가니 멋진 할미봉 정상석과 마주합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남덕유산 정상은
흐리지만 그 웅징함이 살아 있고, 뒤돌아서 보는 대간길의 발자취는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보이게 합니다.
 
ㅇ 선두팀 3분이 먼저 출발하고, 물한모금 마시고 서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눈길을 걷다보니.. 불현듯 ...갑자기
혼자 걷고 있습니다...ㅎㅎ 묘한 기분이 듭니다. 오랜만의 혼산..혼자만의 산행 시간이 찾아 왔습니다. 이런 행운이...
 
ㅇ 혼산하면 여러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어 좋습니다. 갑작스런 퇴직과 회사생활 정리, 인생 3막 준비와 계획, 다음주 950회
기념산행 준비, 은퇴 후 경제 생활, 가족들과의 관계,  그리고 적당함의 의미... 등등
 
ㅇ 그 생각들 중 유독, 적당함이 많이 떠올랐네요. 적당한 추위... 적당한 산행코스.... 적당한 긴장감.... 적당한 퇴직... 적당한

인연... 적당한 삶...좋고 나쁨을 판단할지, 필요로 판단할지 잠시 혼란 스럽지만...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정리 합니다.
 
ㅇ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걸까요? 갑작스럽게 허기가 몰려 옵니다.  서봉을 눈앞에 두고, 자리를 깔고 인절미님이 준비해준
김치볶음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 합니다. 그리고는 남덕유산에서 B코스팀과 조우합니다.
 
ㅇ 아마도, 올 겨울의 마지막 설경이 될 듯한 장면들을 담기위해 모두들 행복해 보입니다. 사진에 담고, 눈에 담고, 추억에 담는
모습들이 정겹습니다. 절로 싱긋 웃음이 나옵니다.
 
ㅇ 이제 하산 시간 입니다. 많은 눈으로 쌓이 하산길이 매우 위험하고 미끄럽네요. 월성치에서 황점마을까지 내려오는 길에 
땅을 구만평(?)은 산 것 같네요. 모두들 무사히 안전하게 내려 오셔서 다행 입니다.

 

ㅇ 후일담을 들어보니, 미끄러운 하산길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시느라 무릎을 비롯하여 온 몸이 쑤신다고들 하시네요.

무탈함에 감사 드립니다. 어려운 하산 후에 먹는 덕유산 오리탕도 일품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