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대전 한밭토요산악회에서 오랜만에 지리산 성중종주(중성종주)를 다녀 왔습니다. 한토 962차 산행(19기- 30차 산행) 입니다. 저 개인적인 산행으로는 667차 산행 입니다. 역사가 조금씩 이어지고 있습니다.
ㅇ 2025년 5월 23일(토) 한토. 중산리 주차장-로타리 대피소-천왕봉-장터목 대피소-세석 대피소-벽소령 대피소-백무동 주차장 코스. 산행거리 19km. 산행시간 12시간 소요.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산악회 버스가 출발 합니다. 오랜만에 무박2일 산행으로 지리산 성중종주 산행을 한토에서 진행 합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관계로 몹시 피곤한 상황 입니다. 버승에서 눈을 붙여보려 애를 써보지만, 제대로 눈을 붙이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 입니다.
성중종주 산행이라 회원들이 미리 겁을 먹고, 산행 신청 회원들이 많지 않습니다. 21명이 도전하고, 새벽 2시가 못된 시간에 지리산 중산리 마을에 도착 합니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는 1시간이 빠른 시간 입니다. 대부분의 종주산행 시간은 새벽 3시에 시작하지만, 오늘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자리를 지키지 않아 한시간 빨리 산행을 시작 합니다.
4번째 도전하는 지리산 성중종주 산행이지만 여전히 두려움과 힘든 산행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준비한 헤드랜턴이 한시간 정도 지난후 밧데리가 부족해 지고, 예비로 준비한 손전등으로 나의 체력에 맞게 혼자 토요일 한밤중을 지리산에서 천왕봉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일행과 동떨어져 혼자 야간 산행을 이어 갑니다.
한밤중에 지리산을 두어시간 올라갔다 쉬었다를 반복하면서도,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런 경험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 입니다. 새벽 5시 이전에 천왕봉에 도착 하였고, 서서히 동이 트이고, 눈앞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 그리고는, 새벽 추위를 피해 정상 인증을 빠르게 하고, 장터목 대피소로 이동 합니다. 6시가 못되는 시간에 도착하여, 준비한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 합니다. 그리고는 피곤한 몸을 가볍게 뉘어보고자 대피소 안에서 잠을 청해 봅니다.
대피소 방송이 두어번 나오고, 선잠이 들었고, 주위 분위기에 잠이 깨기를 반복하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 9시가 다 되어 갑니다. 어제 밤 집에서 나올때 옆지기님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머리속에 있었고, 무리하지 않는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이래저래 장터목 대피소에서 못다한 잠을 청하고, B코스로 진행할 생각을 해 봅니다. 오히려 맘은 편한안 상태입니다.
정신 차리고 산행을 시작한 후 20분 만에 한토 일행을 만나 함께 산행을 이어 갑니다. 5명이 한팀으로 이동 합니다. 점심과 중간 상황을 감안하여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백무동 주차장 방면으로 하산 합니다. 적당한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코스로 적당한 중거리 종주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새로운 경험 입니다.
(지리산 종주) 지리산을 걸으며...이게 뭥미...
ㅇ 마침내, 한토에서 지리산 성중종주를 감행 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에 회원들의 참여는 적었지만, 시간과 체력과 두려움과 잠을 이겨내고, 무사히 지리산 35km를 완주하신 7분의 독수리들께 무한한 감사함을 보태고, 도전하는 열정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정말 멋졌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ㅇ 종주산행은 일반적이지 않은 도전이기에, 대부분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를 겪습니다. 그래서 이런 도전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도전하고 성공하신 분들이 대단한 분들 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쉽게도, 이번 지리산 종주도전에 실패 했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도전 하겠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저는 B팀과 합류해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벽소령 대피소까지 걷는 19km 구간을 다녀 왔습니다.
ㅇ 회원 개인의 성취와 더불어 산악회에서도 작은 도전이 큰 변화의 시작이길 바래 봅니다. 지리산 성중종주를 한토에서 도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운영진과 산대장들은 나름대로의 큰 도전이었고 용기 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물론, 한토의 오랜 역사에서 이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도전들이 당연히 많이 있었겠지만, 최근래에는 나름대로의 일탈(?) 일 수도 있습니다.
ㅇ 기억을 되돌아 보면, 한토에서 산대장을 맡고나서, 첫번째 회의에서 여강 회장님이 신임 산대장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많이 들었었고, 기존의 방식에 억메이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해보자고 의기투합 했었습니다. 그 첫번째 작은 변화의 시도가 이번 지리산 종주산행 도전 이었습니다.
ㅇ 그러나, 역시 예상대로 참여 회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한토의 역사는 길어졌지만, 어느순간 부터 안정되고, 변화없고, 평범한 산행들만 진행 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평범함이 지극히 당연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목소리는 변화를 원하기도 했었습니다.
ㅇ 물론, 이런 변화들이 정답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한토만의 문화가 있고, 한토만의 역사가 있는데....하지만 작은 변화를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한토의 문화는 존중하되, 좀 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문화에서, 개방적이고 참여하는 문화로 바꾸어 가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ㅇ 한편으론, 내가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냥 토요일에 한토에 와서 즐겁게 등산하고, 기분좋게 술한잔 하고 헤어지면 끝인데.... 괜히 어슬픈 녀석이 넉살이란 핑계로 이런저런 간섭을 해대는게 아닌가 하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산행 후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면서, 한토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놈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이상한 글들로, 회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보수적이니 변화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일견 어이없어 보이기도 할 듯 합니다.
ㅇ 일요일 아침...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 갑니다. 나는 과연 누구이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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