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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200대 명산 산행은 희열이다

(100 어게인) 천장호에서 칠갑산을 오르다

by 자유인(남상) 2024. 4. 21.
청양 칠갑산을 천장호에서 올라본다. 항상 이 코스로 산행하기를 고대했지만, 오늘에야 비로소 멋진 천장호 코스를 통해 칠갑산을 맞이한다. 하지만... 날씨가 협조하지 않는다.

보령에서의 2주일 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주는 세종으로 가지 않고, 와이프와 아이들이 이곳 보령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 오서산을 올라서고, 고민하다 두번째 산행지로 칠갑산을 올라 보기로 한다. 천장호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 간다.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몹시 고프다. 천장호 주변 식당에서 비빔밥 한그릇을 맛있게 먹고, 칠갑산 산행을 준비한다. 비가 아침보다 더욱 매섭다. 우산 없이 올라 보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데크길로 오르막 구간을 한동안 올라 간다. 힘겹지만 주저없이 쉬지않고 오르막 구간을 올라선다.

두번째 오르막 구간 쉼터에서 내려다 보는 천장호가 완전 멋지다. 사진 한 컷을 남겨본다. 비가 살포시 내리는 천장호 다릿가 모습이 운치 있다. 오르막 구간을 올라 선 이후 본격적인 능선 구간이 칠갑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비가 더욱 세차게 이어진다. 오늘은 조망은 포기하고, 비를 맞으며, 나의 속도대로 칠갑산 정상까지 쉼없이 걸어본다.

봄날의 따듯한 소마무길을 비가 쉼없이 이어지는 산행은 오랜만이다. 억수같은 장맛비 사이를 4시간 이상 걸어본 경험은 있지만, 이런 보슬비 보다 조금 쎈 비를 맞으며, 2시간을 걸은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새로운 경험으로도 신선하다. 힘들거나 불편한 느낌 보다는 꽤나 괜찮다는 느낌이 앞선다. 신기한 경험이다.

칠갑산 정상까지 약 1시간 10분을 쉼없이 걷고 또 걷는다. 비가 지속적으로 쏟아지니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오직 빗속을 안전하게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역시 등산의 묘미다. 힘이들면 잡다한 생각들이 전혀 머리속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칠갑산 정상까지 무난한 오르내림만 반복되는 구간이다. 미끄러짐에 조심하면서 걸어간다. 정상에 도착하니 한쌍의 부부와 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다. 이런 빗속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나도 얼른 정상 인증샷을 남기고 빠른 속도로 다시 원점회귀 한다. 되도아 오는길은 한결 빠르게 느껴진다.

다시 천장호 출렁다리가 보인다. 참으로 묘한 기분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열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얼른 윗옷을 벗고, 따듯한 등받이 온열기를 틀어 숙소로 되돌아 온다. 따듯한 물로 샤워하고, 커피한잔 하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행복해 보인다. 이런게 작은 행복이다.